[베란다 텃밭 16종 파종 기록] 토마토, 바질, 고추, 와일드 루꼴라 심은 날

저는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며 토마토, 바질, 고추, 와일드 루꼴라를 심었습니다. 하루에 무려, 16종을 말이지요. 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렵니까?

저는 식물 키우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시간만 나면 어떤 식물을 키워볼까, 어떻게 키워볼까 생각하고 연구하곤 합니다. 이런저런 이슈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내가 키울 식물은 이런 녀석들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제 나름의 철저한 기준을 바탕으로 선별한 셈이지요. 어쩌다보니 본격적으로 제 삶에 식물이 자리잡기 시작한지 3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새삼스레, 시간이 참 빠르다 느껴지네요.

식물을 키우는 공간을 식물존이라고 합니다. 또, 보다 전문적인(?) 수준으로 식물을 키우는 분들을 ‘식집사’라고 표현하더군요. 사실 취미가 식물 키우기면 식집사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요. 저도 3년차 식집사로서, 나름대로의 식물존을 만들어놨습니다. 햇빛 잘 드는 자리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며, 충분한 햇빛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식물등도 다수 보관하고 있지요.

이러한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 식물존에 키울 식물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저만의 아주 명확한 기준과 목적을 가지고 판단하곤 합니다. 그 기준이라면..

  • 먹을 수 있는(식용 가능한) 식물이어야 합니다.
  • 또한, 실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그나마 잘 자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식물존에 들일 식물을 구분하는 기준입니다. 목적이 참 명확하지요? 그러다보니 일반적으로 많은 분들이 본의아니게(보통은 선물받아서 어쩌다보니 키우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키우시는 중형(?) 식물(고무나무, 산세베리아, 동전수 등)이나 선인장, 다육이, 고사리, 난초류는 제 관심사 밖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꽃은 정말 특수한 경우 아니면 키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더랍니다. 정말 특수한 경우라면 밥 지을 때 한번 넣어보고 싶었던 사프란이나(결국 꽃 한번 피우고 봄을 넘기지 못했고요.), 꽃차로 쓸 수 있는 메리골드 정도. 해바라기로 씨앗을 빼먹을 수 있기에 키워볼까 했습니다만,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녀석은 관상용 종자라 해서 포기했고요.

그렇게 거르고 걸러서 결국 남은 녀석들은 만만한 허브류, 토마토류 정도로 되었습니다. 허브 중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녀석들(바질이라던지, 바질이라던지, 바질이라던지…. 어쩌다보니 여러 허브 씨앗을 구하긴 했지만, 병충해의 습격과 이런저런 환경의 제약으로 결국 남아있는 녀석들은 거의 없게 되어버렸지요.)만 매년 제 식물존에 자리를 잡고 있더랬습니다.

2026년도 파종과 함께한다!?

매년 봄만 되면 많은 식집사분들이 걸리는 대표적인 병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파종병’이라고 하지요. 날이 따뜻해지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고, 벚꽃이 피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봄이 왔구나~’ 싶으면 걸리는 병이랍니다. 저도 3년차 중증 파종병 걸린 식집사로서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지 뭡니까.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사를 해버리는 바람에 제가 가꾸어왔던 식물존이 싸그리 사라져버렸습니다. 새로운 집에서, 식물을 키울 공간을 탐색하고 연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지요. 3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공간에서, 같은 병충해(…….)를 겪으며 키워왔던 그 루틴이 깨져서 다소 아쉽긴 합니다마는,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어디다 식물을 키우면 좋을지 레이더를 빡빡하게 돌리던 찰나, 제 기준에 상당히 괜찮아보이는 자리가 눈에 들어왔지요. 바로, 베란다 창문과 철제 난간 사이였습니다.

[ 사진 넣기 ]

한 뼘보다 약간 작은 공간. 약 18.5cm다.

폭, 19.5cm. 철제 난간과 콘크리트 바닥 사이 높이, 5cm. 난간 사이로 빠지지 않으면서 바람에 날라가지 않을, 물을 줘도 흘러내리지 않을 환경만 만들어낸다면 베란다 텃밭을 꿈꾸는 식집사로서 상당히 탐나는 공간이 눈에 들어온 것이지요. 햇빛의 직사광선에 목말라있던 식집사로서는, 오전에 5시간 정도만 들어오는 햇빛이더라도 마땅히 온몸으로 감사를 표해도 모자랄만큼 설레는 선물이었고요. 자연스레 부는 바람은 120mm 팬으로 비루하게 불어주던 바람을 저 멀리 걷어차버리고 온 구석구석을 시원하게, 통풍해주는 환경이 될 것이 자명했습니다.

이런 완벽한 공간(실내에서만 키우던 식집사의 입장에서 말이지요.)이 있는데, 활용하지 않고 냅둔다? 납득하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냉큼, 다이소로 달려가 저 환경에 맞출 화분을 준비…………는 마음 속으로만 넣어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작 그 공간에서 키울 식물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은, 파종이었습니다. 네. 모종이 아니라 파종이요.

그래서 무엇을 파종했나?

3년간 이것저것 키우면서, 제 마음 속에 기이한 열망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뭐랄까요, 관심을 받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남들과 같은 것을 키우는 것이 아닌 뭔가 좀 더 특이하고 특별한 것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가령, 바질을 키운다면 보통은 스위트 바질부터 시작을 하지요. 저는 스위트 바질보다 특이한 바질을 원했고, 그래서 스위트 바질 뿐만 아니라 라임 바질(지금 와서 보면 스위트 바질이랑 무슨 차이가 있나 하는 종이었습니다. 포장이 잘못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똑같았거든요.), 타이 바질(동남아에서 주로 요리용으로 쓰는 바질이라더군요.), 오팔 바질(보라색 바질입니다. 그 외는 스위트바질과 동일), 홀리 바질 등 다양한 바질을 동시에 심어서 키우기 시작했지요.

한때 스스로를 ‘바질 광인’이라 부를 정도로 바질에 푹 빠져서 종자 구하기에 열심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종자를 가지고 계신 분들로부터 나눔을 받아 키우기도 했고, 제가 직접 해외 직구를 통해 씨앗을 구하기도 했지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바질에 미친 자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좀 많이, 심하게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투자했더랍니다.

어쨌건, 그러한 노력 덕분에 제 식물창고에는 나름 희귀한 바질 종자들이 좀 있습니다. 바질 중에서도 식용으로 개량된 바질이 아니라 관상용으로 개발된 바질이 있다는 점을 알고 계신가요? 전 그런 바질들도 구매하면서 ‘바질인데 못먹을 정도인지 궁금하다’ 라는 마음으로 키워서 맛을 보았더랬지요. 결과적으로, 향이 좀 독특하고 진할 뿐이지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다……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파종기로 돌아가보자면.

바질 못지 않게 토마토도 희귀한 녀석들이 좀 있습니다. 에일룸 토마토(heirloom, 가보)라고 해서, 가보 토마토라고 부르는 녀석들이지요.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토마토들은 대부분 맛과 생산성, 보존성, 내병성 등의 분야에서 개량을 거친 종자들입니다.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개량을 거쳤기 때문에 한 토마토에서 나오는 씨앗을 심어도 나중에 본체의 형질이 모체와 다르게 제각각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녀석은 내병성이, 어떤 녀석은 맛이, 어떤 녀석은 열매의 형질이 달라지는 등, 그런 성질이 있는 반면에..

가보 토마토는 세대가 계속되어도 그 형질이 똑같이 계속 내려오는 토마토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독특한 맛, 형태가 독자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종자인 셈이지요. 저는 여지없이 그런 가보 토마토 씨앗을 갖고 키워보길 원했고, 당연히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녀석들은..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해 심어보았더랩니다.

그래서, 이번에 파종한 녀석들의 품종과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분류를 해보자면요.

분류이름
바질홀리바질
바질슈퍼스위트바질
바질상추잎바질(레터스리프 바질)
바질카라멜 키안티 바질
바질타이바질
바질시나몬바질
난쟁이 토마토크랜베리 인 슈가
난쟁이 토마토빌마
난쟁이 토마토팻프로그
난쟁이 토마토오렌지 드림
난쟁이 토마토레드 로빈
난쟁이 토마토로지 핀치
난쟁이 토마토몬테카 마이크로
난쟁이 토마토피노키오 오렌지
허브와일드 루꼴라
고추따고 또 따고(따따고)

이렇게 총 18종이 되겠습니다. 참 많죠? 저도 정리하기 전까진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앞으로의 계획

어쨌건, 일은 저질렀으니 수습은 미래의 제가 할 것이라 믿고… 현재를 즐겨야겠지요. 파종은 지피펠렛에 해두었습니다. 흙을 사기엔, 이 녀석들이 일단 잘 자랄지부터 확인을 해야하거든요.

좌측부터 바질 6종, 토마토 8종, 루꼴라와 고추.

그저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 녀석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찍어서 올려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사진만 찍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각 종자별 특징을 자세하게 기록해보려고 해요. 말로만 들었지, 그래서 실제로 어떤 녀석이고 어떤 맛이 나고 어떤 형태로 자라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자세하게 모르거든요. 일종의 아카이브를 만들거고, 저 스스로도 참고하겠지만 가보 토마토와 더불어 여러 먹을 수 있는 식물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상으로, 글을 줄입니다. 관심 갖고 지켜봐주세요. 싹이 나는대로 소식 공유드릴게요. 반대로, 문제가 있어도 공유드리고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