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 케이크를 하나 선물받았더랍니다. 아주 맛난, 꽤 괜찮은 과일 생크림 케이크였지요. 온 가족이 모여 맛있게 먹는데 글쎄, 케이크 위에 데코레이션용 가니시로 초록초록한 녀석이 두어 개 올라가 있는 게 보였습니다. 오늘은 그 가니시, 커먼 타임을 살려서 타임 삽목으로 모종을 만들어 보는 이야기입니다.
목차
케이크 위 가니시를 그냥 버릴 수 없었던 이유
한때 온 베란다를 식물로 도배해 놓고 스마트팜처럼, 공장처럼 식물을 키우던 사람이라 유독 그 초록초록한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니시를 먹진 않을 테니, 이따 케이크 다 먹고 정리할 때 챙기자..’는 생각으로 일단은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고 정리하면서 가니시를 하나하나 찾아보는데.. 두어 개 있던 가니시 중 하나는 조카가 호기심에 한번 씹어 봤는지 줄기와 잎이 뭉개져 있더군요. 아뿔싸, 조카의 호기심을 과소평가했던 것입니다.
미리 챙겨 놓을 생각을 안 한 스스로를 탓하며(사실 그 자리에서 가니시만 쏙 빼 가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합니다마는.) 남은 한 녀석이 어디 있나 찾아보는데.. 다행히 생크림 사이에 묻혀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더랬지요. 케이크에 올라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이 고됐는지 초라하게 쪼그라들어 시든 녀석을 보면서 ‘이 녀석을 살릴 수 있나?’부터 ‘지금은 식물을 그렇게 많이 키우지도, 돌볼 여력도 없는데 일을 키우는 게 아닌가?’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래도 눈에 들어왔고 제 호기심이 동했으니 멈출 수 없습니다. 살짝 뽑아내 생크림을 씻어 내고, 갈변한 줄기 아랫부분을 잘라 물길을 새로 열어 준 뒤,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 꽂아 주었습니다. 일단 물부터 먹여서 이 녀석이 살아나는지, 아니면 이미 너무 늦어 가망이 없는지 살펴보는 게 먼저였으니까요. 물에 꽂아 두고 10여 분 지났을까, 다행히도 생생하게 잎을 펼치는 녀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첫 단계는 통과했습니다. 물을 먹이기 전까지는 그저 흔한 데코레이션 소품이었지만, ‘아직 나는 생생하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 물꽂이로 뿌리를 낸 다음 심을지, 바로 타임 삽목으로 뿌리를 내릴지 정하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어떤 방법이든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과 의외로 많은 노력이 들겠지만,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기만 하면 모종으로 키워 자손을 남길 수 있겠지요.
왜 타임인가
먼저 왜 타임을 키우려는지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저는 식물을 먹기 위해 키웁니다. 그런 점에서 타임은 요리에 아주 자주 쓰이는 허브지요. 우리말로는 ‘백리향’ 무리에 속하는데, 이름처럼 향이 진하다고 합니다. 삽목도 잘 된다고 하고, 흙에 뿌리를 내린 모종은 번식도 꽤 쉬운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느 조건으로 봐도 빠지는 게 없으니, 타임을 키워 보기로 했습니다. 같은 조건으로 민트류, 바질, 오레가노 등 여러 허브가 있는데, 이 녀석들도 조만간 삽목으로 모종을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올봄 베란다 텃밭에 16종을 파종했던 기록은 따로 남겨 두었습니다.
커먼 타임과 크리핑 타임, 뭐가 다를까
사실 이 녀석이 커먼 타임인지 크리핑 타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케이크 장식용으로 쓰였다면 보통 요리에 쓰는 커먼 타임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을 뿐이에요. 둘 다 같은 타임 무리지만 자라는 모습과 쓰임새가 꽤 다르다고 해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원예 자료와 미주리 식물원 자료를 찾아 정리해 봤습니다.
| 구분 | 커먼 타임 | 크리핑 타임 |
|---|---|---|
| 학명 | Thymus vulgaris | Thymus serpyllum |
| 자라는 모습 | 줄기가 위로 서거나 비스듬히 뻗어 작은 덤불을 이룸 | 바닥에 붙어 낮게 기면서 퍼짐 |
| 키 | 약 15~30cm | 약 5~8cm |
| 폭 | 약 15~40cm | 약 8~30cm |
| 주 용도 | 요리용 허브(수프, 스튜, 소스, 고기·생선 요리) | 주로 땅을 덮는 관상용, 요리에는 잘 쓰지 않음 |
정리하자면, 먹으려고 키우는 저 같은 사람에게 맞는 쪽은 커먼 타임입니다. 크리핑 타임도 잎에 향은 있지만, 자료에서는 요리에 쓸 만한 품질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반가운 점은 커먼 타임 번식 방법으로 줄기 삽목이 가장 먼저 꼽힌다는 것. 지금 하는 방법이 맞는 길이라는 뜻이니까요.
둘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결국 키워 보는 것입니다. 줄기가 위로 곧게 서면서 덤불을 만들면 커먼 타임, 바닥에 붙어 옆으로 기어가면 크리핑 타임이겠지요. 이 녀석이 어느 쪽인지는 자라는 모습을 보고 다음 편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물꽂이 대신 타임 삽목을 고른 이유
다시 돌아가서, 이 녀석은 타임 삽목으로 뿌리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물꽂이로 뿌리를 내려 흙에 옮겨 심으면 그 과정에서 뿌리가 상할 수 있고, 무엇보다 물에서 자란 뿌리는 흙에서 자란 뿌리보다 연약해서 옮겨 심은 뒤 몸살을 심하게 앓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삽목에 필요한 도구가 집에 다 있었다는 점도 크게 한몫했고요.
타임 삽목 준비, 이 세 가지만 챙겼습니다
첫째, 비료 성분이 없는(혹은 없다고 해도 될 만큼 아주아주 적은) 흙입니다. 예전에 식물에 푹 빠져 살 때, 이걸 모르고 삽목했다가 밑동이 무르고 썩어서 초록별로 보낸 식물이 여럿 있었는데요. 때마침 지피펠렛이 있어서, 이 녀석이면 삽목용 흙 조건에 맞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적당한 습도 유지입니다. 뿌리가 없는 삽수는 물을 빨아올리지 못하는데, 잎에서는 계속 수분이 빠져나갑니다. 주변 습도를 높여 두면 잎에서 마르는 양이 줄어 그만큼 버티기 쉬워지지요. 장마철에 삽목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습도를 잡을 만한 게 없나 살펴보다가.. 커피, 많이 마시지 않습니까? 마침 버리지 않고 둔 테이크아웃 컵이 있어서 이걸 쓰기로 했습니다. 뚜껑도 있겠다, 뚜껑에 빨대 구멍도 있겠다, 환기도 적당히 될 환경이라고 판단했지요.
셋째, 뿌리 내리기 전까지 직사광선 피하기입니다. 햇빛을 세게 받으면 잎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이 늘어나는데, 뿌리가 없는 녀석은 그만큼을 채워 넣지 못합니다. 그래서 뿌리가 날 때까지는 강한 햇빛을 피해야 하지요. 간단하게, 위에서 말한 테이크아웃 컵째로 밝은 그늘에 두면 되니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10월 4일, 타임 한 포기용 삽목실(?)을 만든 결과..

요렇게 일회용 커피컵에 세팅이 끝났습니다.
이제 이 녀석이 잘 자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요. 살아남아 잘 자라고 있다면 아마 다음 편은 생존 보고가 될 것 같습니다. 안 올라오면… 초록별로 떠났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타임 삽목 후 3일 현황 (10월 7일)

타임 삽목 3일 차, 아직까지 잘 살아 있습니다!
“[허브] 타임 삽목: 케이크 가니시로 커먼 타임 모종 만들기 1편”에 대한 2개의 생각